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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문화를 모르는 분들만 읽기.(서울말 쓰는 사람에게 고함. 조선소 적응에 도움됨)

상상형인간 2024. 2. 3. 21:02

  거제의 양대 조선소는 역사가 깊다. 정확하진 않지만 기억상으로는 1977년 1978년에 시작되었다. 이곳의 문화는 뿌리깊은 경상도 문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필자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30대 초반까지 쭉 서울에서 자랐다. 처음 경상도 문화를 접하고 사실 좀 충격을 받았다.

 

거제와 서울은 거리도 상당하지만 게다가 거제도는 경상도 최남단이다



  일상적인 경상도 문화의 두드러진 특징을 알고 모르고는 아주 큰 차이가 있다. 몸소 체험하며 겪은 것을 바탕으로 써 보고자 한다. 아~!! 서울말 안쓰는 분이라면 안읽어도 된다. 뻔한 얘기 당연한 이야기 일것이다. 하지만 문화의 상대성에 대해서 관심있는 분이라면 읽어보셔도 좋으리라~ 이제 시작한다.

 

 

  경상도에 와서 지내다 보면 처음 접하는 문화가 '나이'에 따른 상하관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서울지역에서는 나이가 어리건 많건간에 당연히 존댓말로 서로를 대하게 되는데 이곳은 다르다. 처음 대하면 먼저 나이를 묻고 나이적 상하관계를 짚고 시작한다. 얼굴이 꽤 어려보인다면 나이를 안묻고 이러한 관계가 시작된다.

 

 

  옛적 필자가 처음 경상도에서 직업을 구하였을때 (근 12년전 쯤이다) 대뜸 말을 놓는 사람이 많았다. 서울문화에서는 있기 힘든 일이기에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는데 이러한 점은 나보다 어린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었다. 띠동갑쯤 어린 사람에게 나는 당연히 존댓말을 썼는데 이러한 나의 언어에 그들은 '불편함'을 느꼈다. 심지어 아직 초등학교 입학전인 아이들도 마찬가지 였다. "선생님 왜 저 분은 우리한테 존댓말 써요?" 이때 필자는 불편함이 깨지고 이것이 '문화'임을 받아들였다. '아... 이곳에서는 말을 놓는것이 서로에게 편한 곳이구나'

 

파퓨아뉴기니. 같은 복장을 하고 다가간다면 반이상 마음의 문이 열릴 것 같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쉽게 말을 깐다 아니 놓는다. 머리가 희끗하신 분들은 스타트 부터 반말을 하기도 한다. 그냥 훅 들어온다는 표현이 적절할것 같다. 거꾸로 어린 사람은 나에게 나이대접을 해준다. 깍듯하고 예의를 차려서 대해준다. 왜냐하면 내가 나이가 많으니까. 이 점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지역의 '문화'라는 것을 받아들이면 편해진다. 어쩌면 '문화'는 이해할 필요가 없다.

 

그냥 따라간다

 

 

  하나 더 언급하고 싶은 것은 '지역문화'이다. 서울에서는 싫어하는 지역 좋아하는 지역 편들고 싶은 지역의 구분이 없었다. 어릴적부터 수 많은 사람을 봐왔지만 '지역'을 구분하는 사람이 아예 없었다. 그래서 구분을 한다는 뉴스거리를 보면 그냥 그런가 보다 했었다. 경상도에서 일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러한 특징은 외부인의 유입이 적은 곳에 갈수록 심한데 필자가 처음 직장을 구했던 '마산'지역이나 '창원'지역은 '지역문화'가 심한 편이었다. '서울남자'에 대한 편견이 심해서 어려운 직장을 구한것도 아니었는데 면접을 볼때마다 떨어졌다. 그때는 솔직히 황당했다. 면접을 본 사장님들의 공통적인 멘트는 "서울에서 오셨나 봐요"였다. 8번째 면접을 본곳의 사장이 서울사람이었는데 서울말투를 듣자마자 '아 여기서는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고 역시나 그곳에서 일을 했었다. 외부인의 유입이 많은 대도시 부산이나 거제도는 조금 덜한 편이다.

 

 

 

  정치적인 색깔도 매우 짙다. 늘 선거에서 보여주듯이 보수적인 정치색이 강하기 때문에 함부로 정치에 관해 입을 놀리면 당연히 싫어하는 기색이 뿜어진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적 언급은 자재하는것이 서로에게 좋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정치적인 것에 사활을 걸고 덤비는 사람도 있으니까. 서울은 강남 3구를 빼고는 젊을수록 진보적인 정치색이 대부분이라 보수적인 언급을 하기도 어렵기도 한데 여기에서 보수적인 이야기는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거리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문화'적 차이를 알고 이곳에 있는 것은 여러모로 매우 편하다. '문화'적 차이는 옳다 그르다의 잣대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저 그 차이를 받아들이고 수긍하게 되면 스스로의 지경이 넓어진다. 경험하지 못한 세계는 수긍조차도 힘들다. 같이 일하던 곳의 한 형님과의 대화를 마지막으로 글을 마칠까 한다.

 

 

 

  "니는 서울 어디에서 살았노?"

  "용산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서른까지 살았던것 같아요."

  "아 맞나? 니는 완전히 서울 토배기네. 서울사람들은 수원사람들 싫어하제?"

  "음 아니요. 서울에서는 그런 개념자체가 아예 없어요."

  "그거 니 혼자 생각 아이가?"

  "...(할말없네. 알려줄 수가 없네. 경험해보지 못했나보다.)"